
자주 ‘이해가 안된다'고 말하고,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보통의 기준을 넘어서는 일들이 그렇게 자주 벌어진다. 이런 세상에서 작가가 이야기하는 ‘최소한'의 이웃이 되자는 메시지가 많이 공감됐다. 나서서 세상을 구할 용기는 없는 내가 꿈꾸던 세상이 아닐까 싶다. 최소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살만한 세상.
책의 띠지에 이 문장이 쓰여져 있다.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줄 전능한 힘 같은 건 없지만,
적어도 비참하게 만들지 않을 힘 정도는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누군가를 비참하게 만들지는 않기 위해, 서로에게 최소한의 이웃이 되기 위해 모두가 딱 두 가지만 늘 기억했으면 한다.
하나, 내가 틀릴 수도 있다.
둘, 내가 싫은 건 저 사람도 싫다.
상식의 기준은 모두에게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상식은 이 것이다. 내가 늘 옳지는 않다는 사실을 아는 것. 역지사지로 생각하는 것.
작가는 이 책에서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분노하고, 그럼에도 누군가의 따뜻한 이웃이 되어주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보낸다. 글을 따라 읽으며 함께 분노하고, 반성하고, 흐뭇하게 웃을 수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최소한의 이웃이 되어줄 수 있는 세상을 나도 기대해본다.
문장들
✏️소년 가해자의 미래를 염려해 소년 피해자의 죽음에 익숙해져야 하는 악순환을 깨야 합니다.
✏️나는 평생 가해자일리 없고 늘 정의와 상식의 편일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세상을 망칩니다. 오직 자기 자신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 상황에서만, 나는 결코 가해자일 수 없다는 확인 아래서만, 그러므로 나는 늘 정의롭고 이치에 맞는 행동을 하며 언제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맹신 안에서만 이번 사건처럼 이야기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후회 없는 폭력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사랑은 두 사람의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일 겁니다.
✏️세상에 무언가를 되돌리고 싶어하는 마음만큼 부질없고 애틋한 것이 있을까요. 소용 없을 걸 알면서도 흩어진 조각들을 애써 주워 모으고 있는 모든 마음들을 응원합니다.
✏️도리라는 말의 쓰임은 왜 늘 양쪽이 아닌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인가. 어른이 어른답고 부모가 부모답고, 사람이 사람답기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이 거창한 게 아닐 겁니다. 꼭 친구가 되어야 할 필요도 없고 같은 편이나 가족이 되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내가 이해받고 싶은만큼 남을 이해하는 태도, 그게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의 전모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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