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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커리어로 고민하는 직장인에게 추천하는 책 4권

최근 내 독서 키워드는 #일, #커리어다. 마냥 설렜던 신입사원 시절로부터 벌써 만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의 지루함과 다이나믹한 일의 재미 사이에서 그럭저럭 지내왔는데, 최근 들어 고민이 커졌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의 이직으로 흔들리는 마음, 잃어버린 것 같은 나의 초심, 익숙해진 업무에 대한 권태로움 등이 그 이유일 듯싶다. 일하는 것이 즐거웠으면 좋겠는데 자꾸 즐겁지 않으니까 나한테 더 즐거운 일은 없을까, 이게 정말 최선일까, 생각하면서도 안정을 추구하는 성격상 이직이나 퇴사는 쉬이 마음먹지 못한다. 5년쯤 회사를 다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일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곤 한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K직장인들에게 최근에 읽은 책들 중 도움이 되었던 몇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 박앤디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

'영혼 없이 출근해 보람 없이 퇴근하는 회사 인간을 위한 커리어 로드맵'이라니, 요즘의 나와 같이 지쳐버린 직장인을 사로잡아 읽을 수밖에 없게 하는 소개 문구다. 어제보다 더 나답게, 즐겁게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이 책은 자신을 '성향 분석가'라고 소개하는 작가가 진행했던 커리어 워크숍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자신의 일상적인 취향이나 행동을 통해 고유한 '성향'을 관찰해내고, 그 성향이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맞지 않아 일이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하게 한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고기를 잡아주는 대신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은 뒤로 끊임없이 나 자신을 관찰하고, 내 일을 관찰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고민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이 책에서 던져주는 질문들에 대한 완벽한 답을 당장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 고민의 '방향성'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추천한다.

성향이란 나라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욕구의 집합체'이자, 생존하고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연료'를 뜻한다. 쉽게 말해 성향은 '동기와 만족감의 원천'인 셈이다.
퇴사를 하는 이유가 '무언가를 피하기 위해서'인 것은 괜찮지만, 이직을 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좇아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좇는 그 무엇은 특정 목표가 아니라 '방향성' 혹은 '가치'여야 한다.
모두가 좋다고 하는 삶인데도 자꾸만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것만 같다면, 벗어나고 싶은데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근한다면, 이제는 '남의 기준'이 아니라 '내 기준대로'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삶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일을 여덟 시간 동안 재미없게 하고 저녁 한두 시간 동안 life를 누리는 것보다는, 업무 중에 힘든 순간도 있지만 순간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는 여덟 시간이 낫지 않겠는가!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김호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프롤로그의 첫 문장이 뼈를 때린다. "오늘날 직장인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될까?" 나와 직장은 계약관계인데, 나의 직업을 직장과 동일시해도 문제없는 걸까? 회사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나에게 남아있는 커리어란 무엇인가? 이 책은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이런저런 고민점들을 던져주고, 실질적으로 따라 해 볼 수 있는 여러 액션 플랜도 이야기해준다. 일해 관한 이야기인데 읽다 보면 내 인생과 내 사람들과 나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된다. 단순히 '짤리기 전에 정신 차려!'라는 메시 지라기에는 좀 다정하고, 실질적인 조언을 담은 책이랄까?

"우리는 잘못된 판단에 근거해 일자리를 구한 다음 거기에 그냥 안주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처럼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승진과 연봉 인상이야말로 자신이 삶에서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직장이 자기 삶에서 사라지게 되면 그때야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위해 그렇게 노력해왔는지 공허함을 느낀다. 그리고 직장을 떠나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겪지 않으려면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직장에서의 성공을 내 삶의 목표로 삼을 것이 아니라 내 삶에서 성공하기 위해 직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말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일의 보통과 슬픔

알랭 드 보통이 화물선이 오고 가는 항구에서, 비스킷 공장에서, 직업 상담소에서,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관찰한 르포 형식의 책이다. 처음 화물선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내가 찾던 일과 커리어에 대한 해답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생뚱맞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서 정신 차려보니 플래그가 한가득 붙어있었다. (일과 관련된 책이지만, 알랭 드 보통의 이 세상에 대한 통찰력과 그 통찰을 표현하는 문장에 감탄해 붙인 것들도 많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일'과 '만족'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단다. 진짜 그런가? 일이 나에게 주는 기쁨과 슬픔은 무엇이고,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나?

그러나 오후 한나절에 할 수 있는 일의 요소들을 분리하여 40년 동안 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으로 세분화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이익을 주는지는 몰라도, 그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는지 궁금해진다. 특히 동쪽으로 흘러가던 구름이 헤이스의 유나이티드 비스킷 본사 건물 위에 낮게 걸려있는 음울한 날이면, 그 결과로 얻은 삶이 얼마나 의미 있게 느껴지는지 묻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히게 된다.
일이 의미 있게 느껴지는 건 언제일까?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의 기쁨을 자아내거나 고통을 줄여줄 때가 아닐까? 우리는 스스로 이기적으로 타고났다고 생각하도록 종종 배워왔지만, 일에서 의미를 찾는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갈망은 지위나 돈에 대한 욕심만큼이나 완강하게 우리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합리적인 정신 상태에서도 안전한 출세길을 버리고 말라위 시골 마을에 먹을 물을 공급하는 일을 도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또 인간 조건을 개선하는 면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고급 비스킷보다도 섬세하게 통제되는 제세동기가 낫다는 것을 알기에, 소비재를 생산하는 일을 그만두고 심장 간호사 일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가 그저 물질만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라 의미에 초점을 맞추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일을 중심에 둔 것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일이 형벌이나 속죄 이상의 어떤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 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처음이다. 경제적인 필요가 없어도 일은 구해야 한다고 암시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처음이다. 직업 선택이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 사귀게 된 사람에게도 어디 출신이냐, 부모가 누구냐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다.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길로 나아가려면 보수를 받는 일자리라는 관문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는 가정이 깔려있는 것이다.
사무실 문명은 커피와 알코올 때문에 가능한 가파른 이륙과 착륙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을 것이다.

<인디펜던트 워커>

인디펜던트 워커

내가 늘 꿈꾸던 업무 형태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인디펜던트 워커'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는 여러 인디펜던트 워커들과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먼저 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영감과 즐거움을 주니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즐겁게 감탄할 수 있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든 그렇지 않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일하는 사람들! 정말 멋지다.

우리는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이 아주 높은 세상에 살고 있다. 내가 만약 이 일을 안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지 않나. 코로나 이후에 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이 좀 더 의미 있게 내 시간을 쓰겠다는 거였다. (정혜윤 인터뷰 중)
일하는 이유와 기준이 명확해야 가고 싶은 만큼 달리고, 내리고 싶을 때 내릴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박영훈 인터뷰 중)
겨울서점의 첫 목적은 나 자신의 재미였다. (김겨울 인터뷰 중)

네 권의 책을 소개했다. 너무나 다른 형식의 책들이지만 일과 커리어에 대한 고민보다 앞에 '나'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우리 스스로를 모르고, 남들의 평가를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하곤 하니까. 조금 더 나를 들여다봐야겠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에 어울리고 어떤 일을 잘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할 수 있는지. 

 

책 4권